[수요, 공급과 정부 정책] 가격통제 (가격상한제)
본문 바로가기
경제 뉴스 부동산 등/경제공부

[수요, 공급과 정부 정책] 가격통제 (가격상한제)

by silverbead 2022. 3. 3.

경제학자에게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과학자로서 현실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역할과 정책 조언자로서 경제 이론을 적용하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앞서 두 장에서는 과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재화의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원리를 소개했다. 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수요와 공급곡선을 어떻게 이동시켜 균형 가격과 거래량을 변화시키는지 분석했다.

 

 이번장은 정책에 관한 첫째 장으로, 수요·공급 모형을 이용하여 다양한 정책을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여러분은 정책 조언자들이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않은 효과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우선 직접적인 가격통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예를 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임대료의 최대치를 규정하는 임대료 통제나,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임금의 최저치를 규정하는 최저임금법 등이다. 가격통제는 정책 조언자들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소비자 혹은 생산자에게 공평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 도입된다. 그러나 가격통제도 그 나름대로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격통제에 대해 살펴본 다음에는 조세의 효과를 분석할 것이다. 정책 조언자들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치고 공공 목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우리 주변에 많은 세금이 있지만 이들 세금의 효과는 분명치 않다. 예컨대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그 부담은 기업이 지는가, 근로자들이 지는가? 수요·공급 모형을 적용하여 분석해보기 전에는 답이 분명치 않다.

 

6.1 가격통제

가격통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스크림 시장의 예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제4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이스크림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경쟁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수요와 공급은 일치한다. 균형 가격에서 소비자들이 사려는 아이스크림의 개수는 공급자들이 팔고 싶어 하는 수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아이스크림의 개당 균형 가격이 3달러라고 하자.

 

 이렇게 자유로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전국 아이스크림 소비자연대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너무 높아서 누구나 하루에 하나씩 사 먹을 수 없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전국 아이스크림 제조업 협회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형성된 시장 가격 3달러로는 제조업체의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두 단체는 제각기 정부에 로비를 하여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통해 시장 가격을 변동해달라고 요청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낮은 가격을 원하고 생산자들은 높은 가격을 원하므로 이해가 상충된다. 소비자 연대의 로비가 성공한다면 정부는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의 최고치를 법으로 정하는 가격 상한(priceceiling)제를 채택할 것이고, 제조업 협회의 로비가 관철되면 법정 최저 가격을 규정하는 가격 하한(price floor)제가 도입될 것이다. 이제 두 유형의 가격통제를 차례로 살펴보자.

 

6.1.1 가격 상한제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정부가 전국 아이스크림 소비자연대의 압력과 선거자금 지원의 영향을 받아 결국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다면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그림 6.1> (a)에서처럼 가격 상한이 시장 가격 3달러보다 높은 4달러로 설정되면 이 가격 상한은 시장 가격과 거래량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non-binding). 이 경우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원래의 균형에서 형성되고, 가격 상한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림 6.1> (b)는 더 흥미로운 경우다. 여기서 균형 가격 3달러가 정부가 설정한 가격 상한 2달러보다 높으므로 이 가격 상한은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binding).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균형 가격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일단 가격 상한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따라서 가격 상한 2달러가 곧 시장 가격이 된다. 이 가격에서 수요량(125개)이 공급량(75개) 보다 많으므로 아이스크림이 부족하여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싶어 하는 50명의 소비자들은 뜻을 이루지 못한다.

 

 가격 상한제로 인해 아이스크림 부족 현상이 생기면 부족한 아이스크림을 할당하는 방식이 자연히 고안된다. 선착순 배분 방식을 적용해서 일직부터 줄을 선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수도 있고, 판매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친구나 친척, 같은 인종의 소비자들에게만 아이스크림을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아이스크림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도입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어느 소비자들은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리는 대신 싼값에 구입할 수 있겠지만, 어느 소비자들은 아예 사지 못한다.

 

 이 시장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일반적으로 성립한다. 정부가 경쟁시장에 실효성 있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그 재화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판매자들은 다수의 잠재적인 고객 중에서 일부를 선별하여 희소한 재화를 배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격 상한제에서 고안되는 할당(rationing) 방식은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하는 선착순은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므로 비효율적이다. 판매자들의 편견에 근거한 차별대우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그 재화에 대해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에게 소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비효율적이다. 반면에 자유경쟁시장에서 작동하는 배분 방식은 효율적이며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아이스크림 시장의 균형에서는 누구든지 그 가격을 지불하면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장에서는 가격이 재화를 배분하는 것이다.

■가격 상한제가 있는 시장

그림(a)은 정부가 가격 상한을 4달러에 설정하는 경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격 상한이 시장 가격 3달러보다 높아서 실효성이 없고, 시장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은 원래의 균형에서 형성된다. 균형 가격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은 똑같이 100개다. 한편 그림(b)에서는 정부가 설정한 가격 상한 2달러보다 균형 가격 3달러가 더 높으므로 가격 상한 2달러가 곧 시장 가격이 된다. 이 가격에서 수요량은 125, 공급량은 75이므로 아이스크림은 50개가 부족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