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 탄력성 응용사례 #3 마약 퇴치정책으로 마약 관련 범죄는 증가할까, 감소할까

마약 퇴치정책으로 마약 관련 범죄는 증가할까, 감소할까

미국 사회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코카인, 헤로인 등 불법 마약 문제다. 마약 사용에 따른 해악은 여러 가지다. 마약중독은 마약 사용자와 그 가족의 삶을 망친다. 또 마약중독자들은 마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나 다른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불법 마약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매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마약의 미국 반입을 저지하려고 노력한다. 이제 수요·공급모형을 사용하여 마약 퇴치정책의 효과를 분석해보자.

 정부가 마약과 전쟁에 인원을 더 투입한다면 불법 마약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3단계 접근법을 사용해 이 질문에 답해보자. 먼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 중 어느 곡선이 이동하는지 알아본 다음 이동 방향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곡선의 이동이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다.

 마약 공급 억제정책의 목적은 마약의 사용을 줄이는 데 있지만, 그 직접적인 효과는 소비자보다는 공급자에게 미친다. 정부가 마약의 국내 반입을 저지하고 마약 수입업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마약 판매의 비용이 상승하여 각 가격수준에서 마약 공급이 줄어든다. 그러나 마약에 대한 수요, 즉 주어진 가격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하려는 마약의 양은 변함이 없다. <그림 5.9> (a)에서 볼 수 있듯이 마약 공급 억제정책으로 공급곡선이 S1에서 S2로 이동하는 반면, 수요곡선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마약의 균형가격은 P1에서 P2로 상승하고, 균형거래량은 Q1에서 Q2로 감소한다. 균형거래량의 감소는 마약 공급 억제정책으로 마약 소비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마약 관련 범죄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마약 구입자들의 마약 구입 지출액의 변화를 살펴보자. 가격이 오르더라도 마약중독자들이 쉽사리 마약 소비를 줄일 수는 없으므로 마약에 대한 수요는 그림에 표시된 것처럼 비탄력적일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비탄력적이면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마약 판매수입은 증가한다. 즉 마약 공급 억제정책에 따른 소비 감소효과보다 가격 상승효과가 크므로 마약 사용자들의 마약 구입 지출총액이 증가하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도 마약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던 마약중독자들은 이제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큰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마약 공급 억제정책으로 마약 관련 범죄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마약 공급 억제정책의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마약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약의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마약 사용의 위험에 관한 교육을 통해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성공적인 마약 퇴치 교육의 효과는 <그림 5.9> (b)에 표시되어 있다. 그림에서 수요곡선이 D1에서 D2로 이동하고 그 결과 균형거래량은 Q1에서 Q2로 감소하며, 균형가격은 P1에서 P2로 하락한다. 이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을 곱한 판매 수입도 감소한다. 따라서 마약 퇴치 교육은 마약 공급 억제정책과는 반대로 마약 소비와 마약 관련 범죄를 동시에 감소시킬 수 있다.

 마약 공급 억제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마약 수요의 탄력성이 단기와 장기에 다르기 때문에 공급 억제정책의 효과도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마약 가격이 오르더라도 중독자들의 마약 소비가 별로 줄지 않을 것이므로 수요는 비탄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마약 가격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시험삼아 마약에 손을 대는 젊은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따라서 마약중독자가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약 공급 억제정책으로 마약 관련 범죄가 단기적으로는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소할 것이다.